성흥산성으로 알려진 부여 가림성 사랑나무

성흥산성으로도 알려진 부여 가림성은 ‘사랑나무’라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로 유명합니다. 이 나무는 〈대왕세종〉, 〈대풍수〉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며, 사람들이 SNS에서 자주 찍는 명소 중 하나입니다. 이 나무 앞에 서면 누구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내려오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가림성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입니다.

백제 시대의 유일한 축성 연대를 알 수 있는 성곽 가운데 하나이며, 성곽을 둘러보며 백제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림성은 접근성이 좋습니다. 주차장이 성흥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주차장에서 성 입구까지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숲에는 홍단풍이 많아 초여름에도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200m 정도 오르면 충혼사를 만납니다. 이곳은 백제 멸망 후 가림성에서 활동한 백제 부흥 군을 기리는 사당입니다. 문이 닫혀 있지만, 낮은 담장 너머로 사당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가림성

백제 부흥군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충혼사

가림성은 성흥산(286m) 정상 부근에 쌓은 석성입니다. 둘레는 약 1500m이며, 성곽 높이는 3~4m입니다. 백제부터 조선 시대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되었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발굴 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 위사좌평 백가(苩加)가 쌓았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백제의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 동성왕은 전통 귀족 세력과 신진 귀족 세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다가, 신진 귀족 세력이 커지자 백가에게 가림성을 쌓으라 명했습니다. 그러나 백가는 동성왕이 자신을 밀어낸 데 앙심을 품고, 동성왕을 암살하고 난을 일으켰습니다. 동성왕의 후계자인 무령왕은 백가를 토벌하고, 가림성에서 웅거 하며 저항하던 백가를 무찌르게 되었습니다.

 

가림성에서 충혼사로 가는 길에는 거대한 암벽 사이로 길이 나 있으며, 남문 터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어 성의 수호신처와 같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로, 나뭇가지 하나가 하트 모양을 이루어 '사랑나무'로 불리며, 높이는 22m, 가슴 높이 지름은 약 5.4m, 수령은 400년 정도입니다. 사랑나무 아래에는 울퉁불퉁한 뿌리가 넓게 자리 잡으면서 독특한 모양을 그리며, 돌출된 부분에는 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사랑나무 앞에서는 날이 맑으면 금강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모습과 함께 논산, 강경, 익산, 서천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 조망 덕분에 서해에서 올라오는 적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사비성 외곽을 방어하는 거점이 되었습니다.

성흥산 정상에 자리한 성흥루 내부

성흥산 정상에 위치한 성흥루성흥루 내부에서 사랑나무 방향으로 약간 오르면 고려 시대 무장 유금필의 사당이 나옵니다. 유금필은 후백제를 멸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백제 시대 산성에 후백제를 멸망시킨 장군의 사당이 있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사당에서 조금 더 오르면 성흥루라는 2층 누각이 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누각에서 쉬기 좋습니다.

 

성흥루에서 200m 정도 걸으면 솔바람길과 성곽길이 갈라지는 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왼쪽 성곽길을 따르면 울창한 솔숲을 지나 군데군데 조망이 열리면서 임천면 소재지가 보입니다. 성곽길 끝에서는 잔디가 곱게 깔린 공원이 있고, 사랑나무가 반기고 있습니다. 사랑나무 앞에서는 젊은 연인들이 줄을 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랑나무에서 출발해 유금필 사당과 성곽길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2km, 넉넉히 40분 정도 걸립니다.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성흥산 남쪽에 위치한 부여 가림성과 함께 둘러볼 만한 대조사가 있습니다. 이곳은 아담한 절이지만, 6세기 초에 세워져 고려 시대에 번창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원통보전 뒤에 있는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 높이 10m에 이르는 거구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과 쌍벽을 이룹니다. 불상 대신 유리창으로 보살입상이 보이며, 가까이서 무뚝뚝해 보이는 보살입상은 여기서 온화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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