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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여행

김정희 제주 추사유배길 3코스 따라가기

by 채유니후니 2023. 6. 7.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자신 안의 참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과 같습니다. 1840년 가을, 추사 김정희 선생님은 윤상도 옥사에 연루되어 제주 유배길을 떠납니다. 대정으로 가는 길의 절반은 돌길이어서 발을 붙이기 어려웠던 길입니다.

유배지에 도착해 선생님은 9년간 위리안치의 삶을 보내게 됩니다.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을 텐데, 그는 추사체와 세한도를 완성하고 지방 유생들에게 서예와 글을 가르치며 제주 지역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았던 추사 김정희의 삶은 우리에게 인생의 길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가을의 길에서 우리는 그에게 인생의 길을 묻게 됩니다.

추사유배길-사진
추사유배길

1코스 집념의 길 : 제주추사관~대정향교(6.7km)

제주추사관에서 시작되는 추사유배길 김정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대정성지를 거쳐 대정향교까지 이어집니다. 추사관은 2010년에 건립된 곳으로 김정희 선생의 학문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추사관 뒤편으로는 유배 시절 김정희 선생의 거주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그곳은 제주 전통 생활양식에 따라 안거리, 밖거리로 나누어진 작은 민가입니다. 추사선생의 제자인 소치 허련이 그린 ‘완당선생해천일립상’은 추사 선생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유배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송죽사터, 송계순 집터, 한남의숙터 등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나타나고는 사라집니다.

 

정난주 마리아묘는 천주교 탄압으로 인해 추사 선생보다 40여 년 먼저 제주 유배길에 올랐던 실학자 정약용의 조카입니다. 그녀를 존경했던 이웃들이 유해를 이곳에 안장하고, 최근에는 묘역을 성역화해 일반에 개방하고 있습니다. 남문지못을 돌아 나오면 넓게 펼쳐진 제주의 가을 들녘을 볼 수 있습니다.

 

이모작을 시작한 들판 너머로 기괴한 형상의 단산과 동자석이 앉혀진 방사탑이 자리합니다. 추사 선생이 거처에서 늘 내다보았을 단산은 추사체의 기이한 아름다움과 많이 겹쳐 보입니다. 1코스 종착지는 대정향교입니다. 추사 선생은 유배 시절 당시 훈장이었던 강사공의 청을 받아 이곳에 ‘의문당(疑問堂)’이란 현판을 써주었습니다. 작고 아담한 지방 향교이지만 추사 선생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되짚어 가보는 집념의 길 1코스는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2코스 인연의 길 : 제주추사관~오설록(8km)

제주 추사관에서 시작하는 2번 코스는 인연의 길입니다. 추사 선생님은 유배 시절 수많은 시를 썼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외로움을 달랐습니다. 특히, 병으로 죽은 아내가 남긴 상을 받고 그는 긴 통곡의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추사관에서 조금만 가면 수월이 못이 보이는데, 그곳은 추사 선생님이 썼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시 공원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못가에는 추사 선생님이 쓴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감귤밭 사이를 지나가면서 매화마을을 지나 노랑굴과 검은굴 이정표를 차례로 지나게 됩니다. 승마장 건너편은 녹차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인연의 길 끝에는 오설록 서광다원이 펼쳐지는데, 추사 선생님은 초의선사와 친분이 깊었습니다.

 

초의선사는 추사 선생님을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추사 선생님이 살았다면 드넓은 녹차밭 사이를 걷으며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이 가을, 추사 선생님을 추억하며 차 한 모금 마시며 그의 인연의 길을 따라 걷습니다.

 

3코스 사색의 길 : 대정향교~안덕계곡(10.1km)

추사유배길 3코스는 대정향교에서 시작하여 안덕계곡에 이르는 사색의 길입니다. 유배생활을 보내던 추사 선생은 제주에서 마음껏 노닐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가 무사히 보낸 9년간 자주 찾았던 산방산은 제주를 대표하는 산으로 추사유배길에 둘레길이 있습니다.

 

길을 걷는 동안 산방산의 힘찬 에너지가 몸 안으로 스며듭니다. 길은 도로변으로 이어져서 마치 도로 끝이 바다를 향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길이 없었을 옛날 추사 선생이 바다를 보며 잠시 쉬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길의 종점인 안덕계곡은 여전히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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